장애,아동,교육,부모,유리빨대

섬에 갇힌 사람들
섬에서 산다는 것은 언제나 잔잔한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 이야기는 아닙니다. 섬은 언제나 고립되어 있고 무서운 파도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곳입니다. 제한된 자원과 사람, 가늠할 수 없는 변화를 예측하며 육지에 닿는 날을 기대하는 일, 바다 한 가운데 발을 딛고 표류하는 기분. 섬에서 사는 일은 불안과 두려움에 둘러 쌓인 삶입니다.

"우리가 어느 섬에 사냐구요? 우리는 장애도에 살고 있습니다. "

장애島
흔히 장애를 겪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장애도에 갇혔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합니다. 고립된 사회 환경 속에서 서로 고충을 나누기 위해 비슷한 상황의 가족들이 모이다 보니 마치 섬에 갇힌 것 같기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이 섬에는 정보도, 자원도, 사람도 부족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존재는 너무나 많은데 그들에게 닿는 손길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작은 목소리를 내보려고 하지만 짊어진 삶을 살면서 큰 목소리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용기 낸 작은 목소리, 귀기울여 들어주세요. "


발달장애, 발달장애 아동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은 지적 장애인, 자폐성 장애인을 말합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대근육, 소근육, 사회성, 언어발달, 인지발달' 당연히 거처야 할 단계별 성장 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퇴행하거나 발달이 지연되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는 사회의 순기능이 절실합니다. 모든 장애는 병처럼 치료되는 개념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활 능력을 키워 사회와 어울려 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기에 이 아이들에게는 사회를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 친구들은 어디에 있나요?
 
  
 

 
전국의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 6만1천193명.
이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전국의 특수학교, 총 175개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이 있는 통합학교, 10676개.
특수교사 부족. 긴 대기인원.

발달장애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를 얻기 힘듭니다.
또한 흔히 말하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의료시설을 알아보지만 이 또한 긴 대기시설과 비싼 치료비로 인해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치료의 지연, 정확한 정보의 부재.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이 장벽과 마주하는 순간의 연속입니다.


발달장애 아이들과 부모님은
부족한 정보, 치료의 지연,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겪으며
오늘도 사회와 단절되고 있습니다.

 

사회가 필요한 아이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는 또래 친구를 만나고 규율을 학습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서의 생활로 발달 정도가 개선되는 사례는 매우 많이 있습니다. 사회가 아이들이 배워야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면 발달장애 아이들도 사회에서 얼마든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의 삶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님들은 눈 앞에 닥치는 위기 하나하나를 넘기기 위해 많은 정보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눈 뜨면 펼쳐지는 하루를 살아야 하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아이가 자란 10년 뒤, 내가 늙어 있을 10년 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히 장애아동의 부모님들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나라와 사회의 시스템을 믿고 늙어갈 권리. 그들에게 허락될 수 없을까요?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다섯명의 엄마가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자갈자갈을 소개합니다.

자갈자갈 : 여럿이 모여 나지막히 지껄이는 소리라는 뜻의 순우리말 
'자갈자갈'은 2017년,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자조모임에서 시작된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치료시설과 교육기회도 부족했지만 그 보다 부족했던 것은 정보의 부족이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사람들의 이해부족과 차가운 시선은 아이를 키우는 또다른 어려움이었습니다.”

이렇게 사회와 제도의 결핍을 경험하던 다섯명의 엄마들은 서로 힘을 모아 이 결핍을 채워 나가고 싶다는 욕구가 자조모임 안에서 점점 커져 나갔고, 2020년 한국사회적기업에서 진행하는 청년 등 협동조합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꿈고래놀이터 부모협동조합과 함께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모든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낮 동안 계속되는 아이의 치료스케쥴, 다른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일. 여자의 삶은 차치하더라도 엄마로, 주부로의 삶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우리에게는 기대할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거에요.”

  
자갈자갈의 엄마들을 소개합니다.
은정씨, 수연씨, 정란씨, 정화씨, 지혜씨.

어린이집 선생님, 유학컨설턴트, 회사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각자의 자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도 꽃같은 시절이 있었겠지요. 지금은 꽃같은 아이들을 키우느라 자신이 꽃인 줄도 잊은 채, 아래로 아래로 뿌리내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오롯이 아이를 케어하는데 가정을 돌봅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가족들의 일과를 마무리한 다음 자갈자갈 조합원의 화상회의를 시작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외치는 그녀들이 엄마를 넘어 여자, 사람으로 다시 꽃 피울 수 있기를 응원해주세요.
 
그녀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알려드릴게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게 되었을 때 느낀 정보부족.
발달장애를 가진 둘째. 비로소 알게된 발달장애인 가정의 고단함.
입학이 가능한 교육기관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의 긴 대기자.
그리고 높은 비용지출.

이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성인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님들이 겪어온 일이자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일입니다. 그녀들은 현재 자신들이 겪는 문제들을 지나치지 않고, 미래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남겨두고자 합니다. 또한 향후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여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알맞은 일자리 창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1. 치료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비 부담을 줄이는 일
2. 치료사 개별평가를 통해 치료의 질을 높이는 일
3. 정기적인 부모교육
4. 발달장애인 사례관리를 통한 정보플랫폼
 


이러한 변화를 위해 자갈자갈은 교육관을 개소하여 발달장애 아이들과 보호자가 치료와 교육, 사회진출을 공유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고자 합니다.


 

작은 나의 아이, 우리의 미래. 포기할 수 없어요. 
“교육관을 통해 아이에게는 특수치료를, 부모에게는 아이 양육에 필요한 정보와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부모교육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
 
“자갈자갈이 걸어온 길을 따라오면 앞으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치료와 교육 정보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선배엄마들의 참여 또한 자갈자갈이 기대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어려움이 한 곳에 모인다면 분명히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엄마, 가족의 미래 또한 달라질 것이라 믿어요.”
 

엄마는 네가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을 키우며 당연히 느끼는 기쁨이 우리에게는 천천히 찾아옵니다. 아이가 '엄마'라고 말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때 부모가 느끼는 기쁨. 그것이 우리에게는 두 세배 더 늦게 찾아옵니다.  온전치 않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입니다.”
 
“자책과 회피, 원망, 절망, 두려움.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으로 괴로웠던 시간을 지나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이 현실에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준비하면 다가올 미래는 분명 다를거라 믿어요.”
 
 

마무리하며
자갈자갈은 현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설립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조합원들을 모집하여 더 많은 분과 뜻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자갈자갈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자갈자갈 굿즈 제작에 도움을 주신 재주 작업실(jeju studio)은 유리공예와 도자공예를 전공한 부부가 운영하는 공방입니다. 한글의 '재주'는 두 사람의 '손재주' '제주도'를 좋아하는 마음을 합성하여 만든 브랜드입니다. 생활속에 쓰임이 좋고 아름다운 형태의 리빙, 테이블웨어, 오브제 등을 유리와 도자기로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