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방글라데시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근 방글라데시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인구 1억 7천만 명의 서남아시아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2000년대 들어 GDP 성장률이 6~8%에 이르렀고, 80%를 넘었던 빈곤율이 현재 20%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 속에서도 정치적 불안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1971년 독립 이후 독립 세력과 군사 쿠데타 세력 간의 권력 쟁탈로 혼란을 겪었으며, 1991년 민주주의 체제로 복귀했지만 정권을 둘러싼 폭력 사태와 부정선거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8년 총선에서 아와미 연맹의 셰이크 하시나가 승리한 후, 비판의 자유는 더욱 억압되었고 언론은 통제되었으며, 부패가 만연한 가운데 15년간 사실상의 문민 독재가 지속되었습니다.
하시나 집권기 13년간(2009-2022) 약 2,597명이 초법적 처형, 총격, 구금 중 고문으로 사망했으며, 정권유지를 위해 2004년 설립된 신속대응부대 (Rapid Action Battalion, RAB)에 의해 150명 이상이 비밀리에 실종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https://interactive.netra.news/extrajudicial-killings-bangladesh/#:~:text=In%20total%2C%20police%20officers%20were,used%20euphemism%20for%20extrajudicial%20executions)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7월과 8월,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한 평화 시위가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시위는 독립전쟁에 참전하거나 기여한 이들의 자녀에게 공공부문 직업 보장을 위한 30% 쿼터제에 반대하면서 시작되었으나, 정부의 강경 대응과 인권 유린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며 대규모 시위로 발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https://thegreatwave.thedailystar.net/news/lest-we-forget-the-casualties-of-a-revolution)
많은 희생 끝에 셰이크 하시나는 8월 5일 인도로 피신한 후 사임을 발표했으며, 방글라데시 시민들은 이를 <몬순혁명>Monsoon Revolution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과도 정부를 구성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1971년,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립 전쟁을 치렀습니다. 당시 동파키스탄이었던 방글라데시는 정치적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에 저항하며 독립을 선언하고 무장 투쟁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는 독립을 쟁취했지만, 이 과정에서 300만 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독립 후 1974년, 방글라데시는 대기근을 겪었습니다. 독립 직후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정부의 무능은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생산 감소와 심화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정권의 불안정은 방글라데시 시민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시민단체들과 국제비영리단체들은 방글라데시 정부를 대신해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동시에 가장 활발한 시민 단체와 비영리단체들이 활동하는 나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시민 사회의 견고한 기반이 바로 <몬순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몬순혁명>을 통해 방글라데시 학생들과 시민들은 국가의 역할과 사회의 정의를 묻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더 이상 정부의 폭력과 부패를 묵과하지 않으며, 정의와 시민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몬순혁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외침이었습니다.
©2024 데바쉬시 차크라바티 ‖ 7월의 봉기(July-uprising)
https://www.debashishchakrabarty.com/july-uprising
[영어전문]
Dear - - - - -,
Greetings from Bangladesh!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
I'm so delighted to share that finally we got rid of the despot reigning and ravaging Bangladesh for the last 15 years! Now, we are passing through a momentous change after the successful mass uprising on 5th August 2024 that forced the autocrat to resign and flee from the country. She is now hiding in India!
The student-people led Monsoon revolution has presented us with a historic opportunity to reimagine and rewrite the formation of a new political chapter. As a civil rights activist, and your friend, I'm proud to share that I have been very active during the movement and coordinated the student leaders at the forefront of this revolution. It was the best experience of my life, even though I had to go through ordeals of security crackdown and nightmarish situations!
Before she left the country in the span of one month, the tyrant killed nearly one thousand people, thousands were severely injured and many more of the protesters are still traumatized. We are trying to collect the names, document the stories and wish to preserve this glorious history of our democratic struggle.
As you know in Korea CSO played an important role in initiating institutional mechanisms to find truths, seek accountability and instill the spirit to nurture ethos and sensibilities for the generations to come. Having this knowledge and exposure, I couldn’t think of any better place to seek advice and suggestions to undertake a formal approach for Bangladesh so that we can also begin a process to do similar work in preserving and cultivating the aspiration of the heroes who made the supreme sacrifice for democracy, freedom and justice.
And, this will also be an occasion to renew people to people ties between Bangladesh and Korea. In this regard, I would like to request few things:
1. It would be a great help, if PSPD/May18 or other like minded organizations come forward to help us make a systematic documentation of the events.
2. Korean Civil Society members and organizations can help us to pursue the truth and accountability measures in a structured way.
3. The May18 Memorial can come forward to help us build a collaborative Museum of democratic struggle and Monsoon Revolution in Bangladesh.
4. Inviting a group of young leaders in Korea to have an immersive orientation and practical knowhow for a week to share their experience and learn from Korean civil societies to know and do the above things.
These are my preliminary thoughts; I can expand on, given the interest and scope to explore a partnership. Will appreciate your kind help and advice in this regard.
Best, xxx
[국문번역]
이 이메일이 당신에게 도착하기를 희망하면서
방글라데시에서 소식 전합니다.
지난 15년 통치로 방글라데시를 피폐하게 만든 독재자를 마침내 몰아낼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 우리는 2024년 8월5일의 대규모 시위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하시나 전총리가 방글라데시를 떠나게 만든 후에 역사적인 변화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전총리는 지금 인도에 숨어 있다는군요.
<몬순혁명>을 이끌었던 학생-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민권운동가로서, 그리고 당신의 친구로서, 저도 이 혁명 중에 활발하게 일했고, 특히 이 혁명의 선봉에 선 학생 지도자들과 협력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당국의 보안망을 피하면서 악몽 같은 상황을 견뎌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하시나 전총리는 방글라데시를 탈출하기 전에 약 1개월에 걸쳐서 1천여명의 시민을 사살했고, 수천명에게 중상을 입혔습니다. 시위대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상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들의 희생과 피해 정황을 수집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영광스런 역사로 전화되는 과정을 밝히고 보존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진실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찾아내어, 다음 세대의 상식과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정신을 일깨웠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한국의) 경험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향후 방글라데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을 얻기에 대한민국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민주와 자유와 정의를 위해 최고의 희생을 바친 영웅들의 열망을 보존하고 고양하는 일에 방글라데시와 한국의 시민들이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협력은 방글라데시와 대한민국 사이에 시민 연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요청드립니다.
1. 참여연대나 518기념재단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들이 우리에게 사건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데 도움을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한국의 시민들과 단체들이, 체계적으로 진실을 찾고 책임을 묻는 방법을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3. 518기념관이 방글라데시의 <몬순혁명> 민주화 투쟁 기념관을 건설하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4. <몬순혁명>의 젊은 지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약 1주일 동안이라도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몬순혁명>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이 지금까지의 생각입니다만, 한국에서의 관심과 협력의 범위가 넓어지면, 더 많은 제안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협력과 조언을 기다리겠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몬순혁명>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몬순혁명>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방글라데시 정부의 독재와 탄압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항에 폭력적으로 대응하던 셰이크 하시나 정부는 결국 학생들과 시민들의 저항에 압도되어 인도로 피신하고 사임을 선언했습니다.
권력의 공포에 맞선 학생들의 희생과 시민들의 용기는 독재 정권에 균열을 일으켰고, 방글라데시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과도 정부가 들어섰지만, 학생들과 시민들이 외쳤던 <몬순혁명>의 가치와 방향을 성공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정의에 대한 굳건한 신념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헌신이 필요할 것입니다.
8월 말,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메일을 통해 <방글라데시 연대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몬순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장을 구상하고 새롭게 쓸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가 겪어온 민주주의, 자유, 정의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여 계승해 온 경험을 배우고 연대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방글라데시의 <몬순혁명>을 지지하고, 방글라데시가 보편적인 시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연대의 첫 걸음을 내딛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한 첫번째 활동으로 몬순 혁명에 참여했던 학생 리더 2명과 시민권 활동가 1명을 초대하여 그들의 경험을 듣고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몬순혁명>은 우리 사회의 역사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희생과 용기 없이는 불가했던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쟁취했던 시간을 우리는 깊은 고통 속의 찬란한 성취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방글라데시의 학생들과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용기있게 문민독재의 종식을 외쳤습니다. 현재 과도정부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여 가난한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미소 금융 개념을 발전시킨 무하마드 유누스가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여러 정치 세력 간의 각축이 일어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방글라데시 정부가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성되어야만 이들의 혁명의 기치가 온전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번에 초대될 세 명의 방글라데시 대표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카 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미아 악터(Samia Akther), 브라크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라흐만 조한(Rahman Johan), 그리고 혁명 과정에서 젊은 학생 리더들을 멘토링하고 현재 임시정부 헌법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머스테인 자히르(Mustain Zahir)입니다.
(c)라흐만 조한 ‖ 프로젝트명: 강제실종에 맞서다 (Resisting Enforced Disappearance)
(c)라흐만 조한 ‖ 프로젝트명: 고문편지(The Torture Letters)
그들은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의 국가폭력, 그 기억과 화해의 과정을 탐구하고, 경험을 배워가고자 합니다. 또한 <몬순혁명>에서의 사회적, 정치적 서사를 한국 사회와 나누며 연대의 기회를 만들려 합니다. 방글라데시 혁명에서 예술은 학생 시위의 강력한 도구였으며, 그들이 대중과 소통한 방식은 과거 한국의 학생운동이 이끌어낸 대중문화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나누는 자리도 될 것 입니다.
(c)나신 자한 나시르 ‖ One Demand(하나의 요구)(2024)